작가노트

동양화를 전공하게 되면서 시작된 선(線)긋기의 작업은 나의 몸속에 각인 되어, 먹 이외의 채색화, 그리고 재료들을 바꾸어도 계속 된다. 나에게 선(線)이란 나의 춤이고 나의 모든 것이고 일탈이다.

제작기법은 어릴 때 초등학교 미술시간에 하던 긁어내기 기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을 전문가들은 ‘스크라비토 기법’이라고 말해 주시던데, 사실 그런 용어에 나는 별반 신경쓰진 않는다. 아무튼 난 이 기법이 재미있다. 밑색을 칠하고 마른후에 색을 얹어 놓고는 얹은 색이 마르기전에 신나게 난장을 치고 나면, 수백 수만의 선들이 생긴다. 그리고 마르길 기다려 마음에 드는 선들만 챙기고 나머지 선들은 다시 덮어둔다. 이렇게 작품이 탄생 되는데, 요즘은 의식적으로 자연의 이미지를 생각하면서 난장을 친다. 그렇게 탄생 되는 이미지들은 구체적인 이미지는 아니지만, 마치 이미지가 해체 된듯하기도 하고, 재결합 하는듯한 느낌이 난 참 좋다. 언젠가는 분해되고 해체되어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들의 노래라고 하면 좋을까?
2012.04.19